미국 대선이 '부시의 패배, 오바마의 당선'으로 끝나면서 전 세계가 시대의 거대한 변화를 진감하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이 땅에는 불치병만큼이나 끈질긴 친미 사대주의가 아직도 뿌리뽑히지 못한 채 남아 있습니다. 대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한미 FTA를 우리가 먼저 비준해야 한다"고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는 자들이 생기더니, 곧이어 아프간 파병 의사를 밝히는 자들도 나타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지 하루 또는 이틀만에 '아프간 파병'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일 KBS 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에 출연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현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는 한미간에 그동안 이야기를 쭉 해왔고 중동지역에서의 평화 안정을 위해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어떠한 역할도 미국은 환영한다"며 한국의 아프간 전쟁 참여를 시사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꼭 전투병 파병이나 군인 파병이 아니더라도 ...(중략)... 이제 우리의 국익도 고려해가면서 미국과 같이 평화 안정을 위해서 함께 기여할 수 있는 그런 방안들을 도출해 내야 할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올 초에 경찰 파견이 거론된 적이 있음을 감안할 때 박진 의원의 발언은 상당히 위험하게 들립니다. 

7일에는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전화인터뷰를 통해 "아직은 (파병요청이) 거론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해외 파병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도 있고 아프간의 연이은 상황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를 한 다음에 정상절차를 밟아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황진하 의원은 그간 파병 문제가 이슈가 되지 않을 때에도 틈틈이 "필요하면 갈 수도 있다"며 아프간 파병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던 인물입니다.
 
향후 미국이 한국에 아프간 파병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오바마 측에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굳이 먼저 나서서 파병에 불을 지피려는 모습은 참 유별나 보입니다.

조선일보도 11월 7일자 사설 <한미동맹 격상과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통해 이 문제를 따로 언급하는 '성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설을 읽어보면 아프간 파병을 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언급만 없을 뿐,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계속 강조하면서 한국도 기여해야 한다고 적극 부추기는 내용입니다. 특히 끝부분에서 "한미 21세기 글로벌 전략 동맹이란 말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도 떠안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면서 "아프가니스탄 지원문제는 한미 동맹의 미래, 국익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해 나가야 할 사안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아프간 파병을 이야기하는 한나라당 몇몇 의원들의 발언과 조선일보의 논조가 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 그들은 왜 미국에 대해서만 지나친 친절과 성의를 아끼지 않는 걸까요?

2008/11/18 23:05 2008/11/18 23:05